드디어 선을 그으며 주차장 정비를 마쳤습니다. 20년 묵은 숙원사업이었다는데, 관리부장님을 비롯한 수고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주차선이 그어지기 전인 지난 주일, 주차 방향이 뒤섞이는 바람에 노고가 빛을 드러내지 못했던가 봅니다. 땅바닥에 그어진 선(線)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목회 초년생 때가 생각납니다. 신학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목회 임지를 찾다가 한 지방의 감리사님을 소개받았습니다. '감리사'는 그 지방에 속한 모든 교회(30-40여개)를 치리하는 역할을 하시는 리더입니다. 아직 감리교 사역자로 정식 등록도 하지 못한 저를 많이 아껴주셨고, 편하게 대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좋은 관계로 교회 개척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방에서 처음 계획했던 개척지원 계획이 틀어지면서 감리사님이 담임하는 교회에서 예배당 건축비의 일부를, 또 저의 모교회(새샘교회)에서 절반 이상을 지원받아 IMF 어려운 시절에 아름다운 예배당을 건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완공을 앞두고 감리사님 교회와 제 모교회가 하필 같은 시기에 수련회를 오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먼저 연락을 준 모교회에 기회를 드렸는데, 감리사님이 너무 서운해하셨습니다. 그때 제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통화 중에 ‘목사님 삐치셨어요!?’ 어색해진 분위를 풀려고 한 말인데 상처를 받으시고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아차! 내가 지금 한참 어른이신 분에게 무례한 짓을 했구나!’ 허물없는 관계라고 방심(放心)했다가 선을 넘고 만 것입니다. 이후 저의 사과를 따뜻하게 받아주시고 품어주셨지만, 제 삶에 큰 교훈이 되었습니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사랑이시고, 친구 같다고 버릇없이 굴면 안 됩니다. 아담이 선을 넘자 그렇게 따뜻하셨던 하나님이 가차 없이 에덴동산에서 쫓아내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지만, 우리는 하나님을 ‘경외(敬畏)’해야 합니다. 존경하고 두려워하면서 사랑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선만 잘 지켜도 평안하고 안전합니다. (2023. 03. 19)